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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 조삼모사

by 갸르송 2024. 1. 21.

勞神明為一,而不知其同也,謂之朝三。何謂朝三?曰狙公賦芧,曰:「朝三而莫四。」眾狙皆怒。曰:「然則朝四而莫三。」眾狙皆悅。名實未虧,而喜怒為用,亦因是也。是以聖人和之以是非,而休乎天鈞,是之謂兩行。

 

 

신명을 하나로 하려고 노력하면서도 그 동일함을 알지 못하는 것을 '아침에 3개(朝三)'라고 말한다. 무엇을 '아침에 3개'라고 하는가? 옛날에 원숭이를 기르던 사람(저공)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주면서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조삼모사, 朝三暮四)"고 하자 원숭이들은 모두 화를 냈다. "그러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명분이나 실리에 있어서 손해본 것이 없는데도 기뻐하고 화내는 반응을 보인 것은 역시 이로 인해서이다.
그래서 성인은 옳고 그름을 하늘의 균형(天鈞)에서 멈춤으로써 조화롭게 하니, 이를 일컬어 '양쪽으로 움직임(兩行)'이라 한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검색

 

잔술수로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모습을 비유하기도 한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변덕이 심하다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한국에서 쓰이는 한자성어 중에서는 '조변석개(朝變夕改)'와 비슷한 쓰임새다. 사실 이런 의미로는 아침에는 진나라에 붙고 저녁에는 초나라에 붙는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인 '조진모초(朝秦暮楚)'등이 있다.

 

이 일화는 통상적으로는  '똑같이 7개의 도토리를 주는데 그것도 모르고 아침에 많이 주니 눈 앞의 득만 보고 좋다고 하는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말하고자 하는 얘기일수도 있으나 다르게도 해석될 수 있다. 어쩌면 가장 다양한 해석이 있는 고사성어일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를 '동일한 것을 알지 못하는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말하는 것으로 파악해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이야기 내에서 원숭이의 행동에 대한 설명은 하지만 저공의 행동에 대한 설명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앞서와는 다르게도 해석할 수 있는데, 저공이 원숭이들의 반발을 받게 되자 유연하게 태도를 바꿔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식의 해석이다.

다만 저공이 잔꾀를 부려서 원숭이들을 속인 얘기로도 생각할 수 있겠다. 

이러한 해석에서 저공의 말은 잔꾀가 아니라 현명한 해결책이 된다. 유연한 태도를 가져라는 것이 본 우화의 진정한 메세지라는 것.

즉, 저공은 자기만의 관점을 원숭이에게 일갈하지 않고, 원숭이의 자신과는 반대되는 관점을 수렴하여 자신과 원숭이 사이의 갈등을 현명하게 조율하고, '하늘의 균형(天均)을 실현한' 현명한 인물이라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외에도 전통적인 학설과 달리, 노자 장자의 사유가 다름을 전제하여 조삼모사 비유의 의미가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과거의 KBS TV특강에서 강신주는 이 우화를 소통에 관한 것으로 해석했고 2023년도 강의에서는 과거의 해석과는 달리 사랑이라 해석했다. 사실 간단히 말해서 이 정도지만, 이것들도 많은 해석 가운데 일부이다. 조삼모사 비유의 의미를 모두 적으려면 도가적 사상 대부분을 설명이 필요할 정도로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실질적인 의도와는 달리 일부는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과대해석일 수 있으나, 원문 자체가 설명과 해설이 없어 메세지나 의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해석이 다양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 철학이 아닌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도 꽤 시사가 되는 바이다.

원숭이가 아침에 4개를 받으려는 행동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1.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양의 시간선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얻을 수 있는 재화를 미래에 얻을 수 있는 동등한 재화보다 높이 평가한다. 도토리 한 개를 미래보단 현재에 받는 것이 더 높은 효용을 줄 것이므로 지극히 합리적이다. 그래서 퇴직금을 못받고 미리 땡겨 써버리는 사람들이 지금 DB, DC형의 퇴직연금이 생기기전에 많았다고 한다.
2.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위험기피적인 효용함수를 가지고 있다. 미래에 받는다는 행위 자체가 (가령 저공에게 문제가 생겨 혹여나 먹이를 못 받을 가능성을 포함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기에 미래에 제공할 먹이가 현재의 도토리 1개와 동등한 양의 효용을 제공하려면 그만큼의 위험 프리미엄이 필요하다.

 

3.만약 도토리를 현금으로 바꿔서 은행에 넣어서 이자를 받는다면 처음에 많이 받는 것이 유리하다. 또는 종잣돈 삼아 돈을 더 잘 불릴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은 원숭이들이 나름의 현명한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하는 점을 제외하면 위의 도가적 해석과도 말이 통한다. 경제학적 접근에서도 "저공은 원숭이들의 (합리적인) 관점을 받아들여 갈등을 현명하게 조율한 인물"이니까.

 도토리 4개를 먼저 소비할 수 있게 한 것에 원숭이들이 좋아했다고 했으므로 도토리를 아침에 1개, 점심에 3개, 저녁에 3개 소비하는 것이 아침에 1개, 점심에 2개, 저녁에 4개 소비하는 것보다 높은 효용을 제공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에는 보다 선호하는 시간에 소비하는 것에 따른 한계효용의 차이가 주는 이득과, 소비를 유보하다가 이를 다른 원숭이에게 빼앗길 위험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도토리를 원숭이 자신이 보유하는 것에 시간에 따른 위험(빼앗길 위험)이 존재한다고 가정한 다음 생각한다면 경우가 다를 수 있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도토리를 소비할 때마다 도토리 1개가 주는 효용은 줄어든다. 따라서 당연히 아침에 4개를 한 번에 먹는 것 보다는 식사시간마다(배고플 때마다) 나누어 먹는 것이 더 높은 효용을 제공한다.
전쟁 말기가 되자 톱밥 섞인 빵조차 하루에 한 덩이 수준으로 배급량이 떨어졌는데 당시 수감자들은 이 빵덩어리를 한 번에 다 먹을지 나눠서 조금씩 먹을지를 두고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한번에 다 먹는 쪽은 굶주림을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으며 다른 수감자들에게 빼앗기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나눠먹는 쪽은 유일한 위안거리인 식사를 그때그때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실제 사례가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절멸수용소에서 있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프랭클 박사는 후자를 택했다. 조각낸 빵을 옷 소매에 넣고 다니면서 일하다가 틈이 나면 간식 먹듯이 먹으며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비록 공급자가 선택권을 준 것은 아니었지만 식량의 공급이 줄어들어 이런 의견들이 나왔다는 점이나 합계로 보면 결국 똑같지만 상세한 부분에서 다른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는 점이 유사하다. 살아 남은 사람이 곧 현명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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