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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견리망의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

by 갸르송 2024. 1. 22.

장주가 조릉의 숲속을 노닐다가 이상한 한 마리의 까치를 보았다. 남쪽으로부터 날아온 것인데 날개의 넓이가 일곱자이고 눈의 직경이 한 치나 되는데,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서 밤나무 숲속으로 날아가 앉았다. 장주가 말하였다. 

" 이것은 무슨 새 일까? 날개는 큰데 멀리 날지 못하고 눈이 크면서도 잘 보지 못한다."

 바지를 걷어올리고 잽싼 걸음으로 다가가 탄궁을 손에 들고서 그 놈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때 보니 한 마리의 매미가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서 자기 몸조차도 잊고 있었다. 그리고 한 마리의 사마귀가 나뭇잎에 자신을 숨기고서 그 매미를 잡으려 하고 있는데, 잡으려는 생각에 자기 몸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한 까치는 이 놈을 보고서 잡으려 하여 이익 때문에 그 자신을 잊고 있었다.

 장자가 두려워하면서 말하였다.

 " 아아, 물건이란 본시 서로 해를 끼치며 이해를 서로에게 미치도록 하는 것이구나!"

 그리고는 탄궁을 버리고 되돌아 도망을 치자 산림을 관리하는 우인이 뒤쫓아와 이유를 캐물었다.

 장자는 돌아와서 사흘 동안 유쾌하지 않았다. 그의 제자인 인저가 그것을 보고서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어찌하여 요새 매우 불쾌하십니까?"

장자가 말하였다.

 "나는 외형을 지키느라 내 몸을 잊고 있었다. 흐린 물을 보느라고 맑은 연못을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또한 내가 선생님께 들은 바에 의하면 '그 습속으로 들어가서는 그곳의 법도를 따라야한다.'고 하셨다. 지금 나는 조릉에 놀러 나갔다가 나의 몸을 잊었던 것이다. 이상한 까치는 나의 이마를 스치고 밤나무 숲으로 날아가서는 그의 몸을 잊었었다. 그리고 밤나무의 숲의 우인은 나를 도적으로 알고 욕보였으니 나는 그래서 불쾌한 것이다."

출처 : 교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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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잊고 자기 밖의 일이나 물건을 추구하는 것은 재난의 원인이 된다는 비유이다. 


새가 움직임이 없음을 이상하게 여긴 장자가 자세히 보니 까치는 사마귀를 노리고 있었고, 사마귀는 매미를 노리고 있었으며, 매미는 시원한 그늘을 취하고 있었다. 까치와 사마귀, 매미는 모두 눈앞의 이익에 마음이 빼앗겨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모르고 있던 것이다. 장자는 이를 보고 만물은 이런 것이라 깨달았지만, 그를 밤서리꾼으로 오인한 산지기에게 잡혀 질책을 들었다.

자신의 행동도 이익에 눈이 멀었던 들짐승들과 다르지 않았음을 인지한 장자는 사흘 동안 괴로워하다 제자에게 흉금을 털어 놓았다.

 

유사한 사자성어로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견리사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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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가 완성된 사람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장무중의 지혜와 맹공작의 탐욕하지 않음과 변장자의 용기와 염구의 재예에 예악으로 문채를 낸다면 또한 완성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다시 공자가 말했다.

"지금의 완성된 사람은 어찌 굳이 그러할 것이 있겠는가?이를 보고 의를 생각하며, 위태로움을 보고 목숨을 바치며, 오랜 약속에 평소의 말을 잊지 않는다면 또한 완성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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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능력과 명성을 갖춘다 한들 성인이 되기 어려우며, 거론한 네 인물의 장점뿐만이 아니라 이를 아우르는 예악을 터득해야 비로소 이룰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여순감옥에서 옥중에서 휘호한 유묵으로도 남아있다. "견리사의 견위수명"

김구 선생 암살자 안두희를 정의봉으로 처단한 박기서님도 안두희 처단 당시 안중근 의사의 글에 영향 받아 "견리사의 견위수명" 8글자를 적어놓고 의사를 치뤘다고 한다.

 

 

2023년에는 견리망의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를 선정한 분들 중에 한 교수님은 "나라 전체가 마치 각다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편에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사례로 의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꼭 정치와 연결된 공적 영역뿐만이 아니라 사기, 학부모의 교사 권리침해 등도 역시 개인 영역 차원에서의 견리망의라고 비판하셨습니다.

 

정치인들을 포함한 좌우 갈라치기, 남녀 갈라치기 등 어떻게든 양쪽으로 나누어 서로 혐오하고 갈등하기 바쁜 시대입니다. 수십년 전의 한국 현대사를 공부하며 참 미개하고도 위화감이 들었는데 당연 더 나아진 부분도 있겠지만서도, 현재도 본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도덕과 의를 버리고 자기 자신의 이익만 챙기기 바쁩니다.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고 안정적인 삶을 이뤄 자아실현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삶입니다. 하지만 어느 보편적 임계점을 넘은 뒤에도 지나치게 이기적이라면, 그것은 도넘은 욕심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이 목적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난 뒤에는, 일정 자원을 타인과 사회를 돕는 노력에 약간 비중을 주면 사회가 더 아름다워지고, 나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은혜를 갚으려는 사람들이 생기고 관계가 돈독해지며 그로 인해 나의 삶 또한 건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최근에 지인들이 자기계발 하는 것도 참 칭찬하고 싶고 응원하지만 친구들과의 시간도 좀 보내야 삶이 충만하지 않겠냐. 10번에 1번만 우리한테 져주고 가끔씩 술 한잔이라도 기울이자. 라는 얘기를 해주었다.나도 내 안정적 삶을 영위하기 위해 온라인에서의 이러저러한 시도들을 해보고 있다. 하지만 그 도가 지나쳐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인생의 소중한 기회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견리망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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