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장자의 도역유도. 도둑에게도 도가 있다.

by 갸르송 2024. 1. 24.

세상에서 말하는 지극한 지혜로운 사람으로 큰 도적을 위하여 재물을 쌓지 않은 사람이 있던가? 이른바 지극한 성인으로 큰 도적을 지켜 주지 않은 이가 있던가?

무엇으로써 그러함을 아는가? 옛날에 용봉은 목이 잘리고, 비간은 가슴이 쪼개이고, 장홍은 배를 찢기고, 자서는 강물에 던져졌다. 그러니 이 네사람은 현명하였기 때문에 죽음을 면치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도척의 부하가 도척에게 물었다.

 " 도둑질에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이 대답하였다.

"어디를 간들 도가 없을 수가 있겠느냐? 남의 집안에 감추어져있는 것을 마음대로 알아 맞추는 것은 성인이다. 남보다 먼저 들어가는 것은 용기이다. 남보다 뒤에 나오는 것은 의로움이다. 도둑질해도 되는가 안되는가를 아는 것은 지혜이다. 고르게 나누어 갖는 것은 어짊이다. 이 다섯가지를 갖추지 않고서 큰 도적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이로써 본다면 착한 사람도 성인의 도를 얻지 못하면 서지 못하고, 도척도 성인의 도를 얻지 못하면 행세하지 못한다. 천하에는 착한 사람은 적고 착하지 않은 사람은 많으니, 성인이란 천하를 이롭게 하는 점은 적고 천하를 해롭게 하는 점이 더 많은 자이다.

그러므로 "입술이 언청이면 이가 시리고, 노나라 술이 묽어 한단이 포위당했다"고 하는 것이다. 성인이 생겨나자 큰 도적이 나왔다. 그러니 성인을 쳐 없애고 도적을 멋대로 버려 두면 천하는 비로소 다스려질 것이다. 냇물이 마르면 골짜기가 텅 비게 되고 언덕이 평평해지면 연못이 메이게 된다. 성인이 죽어버리면 큰 도적이 생겨나지 않고 천하는 평화로워져 아무 탈도 없게 될 것이다. 성인이 죽어 버리지 않으면 큰 도적은 없어지지 않는다. 비록 성인을 존중하며 천하를 다스린다 하더라도 그것은 바로 도척을 존중하고 이롭게 해 주는 것이다."

 

---

 

도척은 춘추전국시대에 살았던 전설적인 도적으로 노나라의 현인인 유하혜의 동생이다.

본래 성은 전이고 이름은 획으로 자는 금 또는 막내를 가리키는 계로 불리었다. 형 유하혜는 유하지방에 살았고 혜라는 시호를 받아 유하혜라고 불렸는데 노나라의 대부로 형벌을 관리하는 직책에 있었다. 도척은 공자보다 100년가량 윗대 사람이다.

 

도척은 9천명의 도적을 거느리며 사람의 간을 회쳐먹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흉악한 인물이라 전해진다. 

천하를 유랑하며 제후들을 괴롭히고 남의 집을 약탈하고 소나 말을 훔치고 부녀자를 납치하였으며 부모, 형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조의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사마천은 도척은 오래살았다고 했지만 그 근거는 없어보인다. 도척편에서 도척과 공자의 대화를 가장하여 도가의 절성하고 지성을 버미려 목숨을 보전하는 이념을 표현하였다. 한편으로는 도도유도으 논설로 장자일서의 풍세적인 주제를 이어갔는데, 이 글에서 척역은 강렬한 도가의 색채를 나타내었다. 도척이 부녀자를 취하는 것을 좋아하여, 화북 지역은 도척을 창기의 수호신으로 믿고, 이를 백미신이라 존숭하였다.

 

중국 현대사의 정치면에서 봤을 때는 모택동 주의자들이 도척이 당시 권세있는 자들과 싸웠기 때문에 도척봉기라고 표현한 사례도 있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도척같은 놈은 집에서 편안하게 죽고, 백이/숙제 같은 선인은 굶어죽었다"고 개탄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비도덕적이며 불법적인 방법으로 남들에게 해를 끼치고 이득을 취하는 악랄한 인간들이 편하게 살고, 책임감 있고 이타적이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은 굉장히 불편하게 사는 듯하다. 역사적으로 항상 그래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다.

 

마치 전두환이 떠오른다. 전두환 같은 학살자이자 악인을 예우하려는 사람들도 보인다.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하지만 5.18학살 사건을 제외하고 전두환을 평가할 수는 없다. 5.18이 없었으면 내란으로 대통령 직을 찬탈할 수 없었다. 그러면 그 후의 그의 여러 행적은 존재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두환 사망시 독일의 한 신문에서는 광주의 학살자가 죽었다는 제목을 사용했다. 참으로 타당하다.

도척의 오도를 보고서 도척을 비록 도둑질을 했지만 성숙하고 고차원적인 사람이었다고하는 것 과 같은 행세인것이다. 아무리 전두환이 어떤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한들 민간인들을 학살한 살인자에 지나지 않음은 명확한 사실이다. 전두환은 도척과 같이 악인임에도 자연사했다.

삼국지에서 동탁의 최후처럼 배꼽을 뚫고 그 위에 심지를 박아 불을켜 등을 만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시체를 짓밟고 욕을 내뱉으며 머리를 걷어차더라도 시원찮을 것 같다.

 

또, 언뜻보면 무정부주의, 아나키즘과도 같은 내용처럼 보인다.

다섯가지 도라는 것이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가 되는 것처럼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성인이 말하던, 도둑이 말하던 크게 다를바 없다는 것.

도적들도 결국 성인들이 말하는 도를 따라 도둑질을 하므로 성인이란 도적들의 보호자이다. 성인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기 때문에 반대되는 개념인 도둑도 존재하는 것이다. 성인이라는 개념이 크면 클수록 반대되는 개념인 도적 또한 똑같이 더 의미가 커지는 것이다. 성인이 없어져야 도적도 없어져 세상이 평화로워진다는 것이다. 

 

도척은 9천명의 도적을 거느리며 사람의 간을 회쳐먹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흉악한 인물이라 전해진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도척같은 놈은 집에서 편안하게 죽고, 백이/숙제 같은 선인은 굶어죽었다"고 개탄했다고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