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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의 서적, 장자

by 갸르송 2024. 1. 15.

장자. 장주(莊周)와 그의 사상을 계승한 제자들과 장자의 후대 지식인들의 사상을 기록한 책이다.

 

지금은 상당 부분이 소실된 상태로 알려져있다. 한서 예문지에 따르면 본래 장자는 내편 7편, 외편 28편, 잡편 14편, 해설 3편으로 총 52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며, 사기에 따르면 10여만 글자로 되어 있다고 한다.

지금 유통되고 있는 판본은 4세기에 곽상(郭象)이 일관성이나 글의 질을 기준으로 내편 7장 외편 15장 잡편 11장을 합쳐 총 33장으로 추린 것이다. 보통 내편의 7장은 많은 부분이 장자 본인의 저작으로 여겨지고 있고, 외편과 잡편은 후대의 인물들이 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존의 틀에 박힌 이분법적인 사고로 이 책을 읽으면 이 책에 적힌 활자가 이해가 안 될수 있다. 그래서 철학이나 동양고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뜬구름 잡는 헛소리로 취급할 수도 있다. 필자도 실제로 군대에서 장자를 읽던 중 한참 옛날에 쓴이런 책 읽어봤자 밥이나오냐 뭐가나오냐며 현대의 실용적인 책을 읽으라고 나를 나무랐던 경험을 했다.(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발언을 한 인물 중에는 기독교인도 있었다. 그 논리대로라면 성경은 SF판타지소설책인거 아닌가..?)

심지어 같은 장자 안에서도 읽다 보면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서술마저 보인다.

그러나 이분법적 사고를 초월하는 방식으로 장자를 독해한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비논리인 장자의 책이 일정한 논리구조를 바탕으로 저술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학적인 가치 역시 큰 편. 장자를 철학책으로 보는 것이 아닌 문학책으로 보는 학자들도 많다.

 

한편으로는 장자가 그동안 박해아닌 박해를 받아왔다. 장자의 사상을 국가 철학으로 삼기에는 너무나 자유롭기 때문에, 통치에 유용한 사상만 남고 공개적으로는 장자를 논하기 어려웠지 않았을까 싶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도 이분법 사고의 해체를 논한 장자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자, 장자의 사상들이 약 천하고도 몇백년이 지난 18세기 이후에 서양철학자들에 의해 연결되어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많았다. 약 2천년 앞서간 탁월한 사상인 것이다. 최근에 니체와의 사상적 공통점을 주제로 한 책들도 여럿 나오고 있다.

이런 이분법 사고방식을 해체하는 요소는 이 책에 대한 비평학적인 부분에서도 예외가 아니며, 가령 이분법적인 사고 하에서는 장자가 도가의 형이상학적 부분을 촉진했다는 점과 도가의 현실주의에 집중했다는 점이 서로 충돌하여 모순을 빚는 듯 하나 장자를 올바르게 독해한다면 이러한 이분법은 이 책을 독해하는 데 있어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조금 더 열려있는 사고와 마음가짐으로 읽어야 읽힌다고 할 수 있겠다.

특징으로는 간결한 단어와 문구로 주로 사상을 해설했던 노자의 도덕경과는 달리, 풍부한 우화와 각종 비유로 자신의 사상을 설명했기 때문에 한자 자체가 생소한 것이 많고 또한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노자의 도덕경은 짧아서 함축적이라 해석이 많고, 장자는 글자가 워낙 많아 해석이 많다..; 동양 고전의 장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해석이 많은 많큼 학자가 아닌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현실에 접목시켜 상상력과 해석, 사고력을 더 키울 수가 있다. 똑같이 해석이 많은 만큼, 본래 장자가 말하고자하는 내용에서 많이 벗어나서 해석될 우려가 있다.

 

분량에서도 노자의 도덕경보다 20배가 넘는 분량을 자랑한다. 보면 장자가 하는 말에 혜시가 트집을 잡거나 말꼬리를 잡다가 관광당하는 패턴이 많은데, 장자가 "그 친구 머리는 좋은데 재능을 낭비한다"라며 확인 사살을 하기도 한다.

물론 혜시와 장자는 사이가 나쁘지 않은 절친이었고, 혜자가 죽었을 때 장자가 허무감을 느낀 것에 관련한 에피소드도 있다. 참고로 혜시 역시 명가 사상의 주요 인물로, 당대 논리학의 거두였다. 동양권에서는 보기 드문 연역론자. 현재 혜시의 저서는 남아있지 않은데, 장자 외에도 한비자, 순자, 여씨춘추, 전국책에서도 혜시의 사상을 조금 엿볼 수 있다.

이 내용들이 장자의 책이 장주라는 한 인물의 사상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뒷받침이 된다.


이 외에도 전국시대를 포함해 이전 시대의 역사적, 인문학적 거물들을 탈이분법적 사고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진 인물로 각색하여 예화에 출현시켜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다른 제자백가 동양사상들과 특별한 차이가 있다. 어른들과 식사하며 재미있는 구전동화 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공자 안회의 대담.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실 장자에 나오는 공자는 썩 대우가 좋지는 않다.

많은 일화가 공자가 이러이러하는데 다른 사람이 이러이러하니 공자의 사상이 잘못 됐다는 식의 이야기.

뭐 유명인을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주 있는 일이긴 하지만, 꽤 오래된 책인걸 감안하면 상당히 독자의 이목을 잘 끌 수 있는 기술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그래도 의외로 장자가 공자를 높게 평가하는 일화도 있는데, 우언편에 혜시가 공자는 아직도 지식 때문에 마음고생 하고 있냐고 묻자 장자는 공자가 이미 그런 경지를 넘어섰으며 자신은 도저히 공자에 미칠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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